[서지문의 뉴스로책읽기] 폴리페서들의 虛構 생성 경쟁 -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 2016.10.11]
[17]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
신(神)과 종교, 민족, 국가, 법, 화폐, 인권 등은 모두 호모 사피엔스가 상상력으로 창조한 '허구'(fiction)라는 것, 그리고 그 허구를 가공의 접착제로 사용해 대규모 집단을 결속하고 조직적인 살육을 자행하고 다른 한편으론 대대적으로 종교를 전파하고 국가를 건설하고 정치·경제 체제를 정립했다는 그의 논지는 부인하기 어렵다.
하라리가 '허구'라고 부르는 상징체계들이 인류를 우주의 지배자로 만들었지만, 또한 그것은 얼마나 많은 인간을 고통과 죽음으로 몰아넣었는가. 우리 스스로 초래하는 재앙이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한다. 인간의 지력(智力)과 상상력은 진정 무한한데 바로 그 축복이 한편 인류의 재앙이다.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 사의 CEO 일론 머스크는 10년 내에 화성에 100명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무한한 대담성과 무한한 치밀함을 요하는, 상상만 해도 가슴 떨리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 계획이 성사된다면 그 거대한 기술의 승리가 인간을 지혜롭게 할 수 있을까? 신비로운 화성 방문 체험이 방문자의 탐욕과 아집과 이기심을 없앨 수 있을까?
유전공학의 발전은 생물학적으로 부모가 셋인 아이를 경이롭지도 않게 했고 이제는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전에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로 여겨져 두렵게만 생각했던 게 유전자 편집이다. 그 런데 이 기술로 혹시 너그럽고 지혜로운 인간을 '제조'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 세상이 너무 절망적으로 변해가다 보니 이런 꿈을 다 꾼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러 진영의 폴리페서(정치 참여 교수)들이 유권자를 현혹할 '허구'를 경쟁적으로 생성해내는 것 같다. 우리 국민이 이 '허구'들을 제대로 투시하고 평가할 수 있는가에 한국의 흥망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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