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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마저 이용하는 전교조 /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조선/ 160409]

설지선 2016. 4. 10. 08:43

'슬픔'마저 이용하는 전교조 /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조선/ 160409]

[남정욱의 명랑笑說]

초등학생 교실에서…
진실 아닌 걸 진실로 비틀며 정의를 세우자며 교실에 온통 노란 물결…
모두에게 슬픈 세월호 비극… 이념교육에 이용해선 안돼


일러스트 하여간 꾸준한 거 하나는 알아드려야 한다. 잊을 만했더니 또 병이 도지셨다. 전교조 선생님들 이야기다. 이번에는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라는 걸 펴내 아이들을 가르치시겠다고 난리다. 이른바 계기 수업이라는 건데, 때에 맞춰 교육과정에 없는 특정 주제를 다루는 수업이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대통령을 괴물로 묘사한 거 가지고 트집 잡는 거 절대 아니다. 문제가 되었던 창작 동화의 내용은 이렇다.

"옛날 하얀 성에 여왕이 살고 있었다. 늘 예쁜 옷을 입는 여왕은 화도 안 내고 언제나 우아하게 웃었다. 어느 날 거대한 검은 용이 나타나 아이들을 잡아 등에 태웠다. 아이들을 구하려고 모두 정신없이 허둥거릴 때 여왕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착한 아이들은 어른들이 구해줄 줄 알고 얌전히 용의 등에서 기다렸다. 결국 용은 아이들을 태우고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다. 아이들이 사라진 뒤에야 여왕은 하염없이 울고 있는 사람들 앞에 더욱 아름다워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똑! 한 방울 눈물을 흘렸다. 바로 그때 여왕의 눈에서 걸쭉한 검은 눈물이 쉼 없이 흘러내렸다. 여왕의 얼굴은 점점 비틀렸고 사람들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여왕이 입을 열었다. '여왕인 나도 너무 슬프구나.' 그러자 그 입에서 시커먼 구더기들이 줄지어 기어 나왔다. 여왕의 가면이 벗겨지자 추악한 괴물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대통령을 괴물로 만들어 버린 거 다 이해한다. 동의한다는 게 아니다. 그 정서를 포기한다는 얘기다. 어차피 이분들은 대통령이 뭘 해도 다 싫다. 대통령이 평양으로 날아가 김정은을 두들기고 핵을 빼앗아 들고 귀환하셔도 '절차 무시한 폭력적인 외교 행위'라고 비난하실 분들이다. 소생이 싫은 건, 기가 질리는 건, 도무지 어이가 없는 건 이걸 아이들 그것도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가르치겠다는 발상이다. 이 교재는 가라앉은 배 속의 아이들이 살아 있었다고 단정 짓는다. 아이들이 창밖으로 헬기와 배를 보고 있었다고 태연하게 말한다. 민간업자가 다이빙 벨을 투입하자 해경 경비정이 위협해서 철수했다며 한쪽 말만 옮긴다. 그러나 그 바다를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 바다가 들어갈 수 없는 바다였다는 걸, 야리야리한 몸매로는 잠수장비 걸치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을. 이동욱 기자가 직접 그 바다에 들어가 쓴 '연속변침'이란 책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그 바다에 대해 몰랐는지 놀라게 된다.

예전에 학생들을 데리고 빨치산 추모제를 지냈을 때에도 그랬지만 나는 그분들의 신념을 비난할 생각이 없다. 추모를 하든 선열로 받들어 모시든 아무 관심도 없지만 다만 자기들끼리 하시란 얘기다. 진실도 아닌 것을 진실이라 우기고 정의를 세우자며 초등학교 교실에 노란 물결이 일도록 부추기지 마시란 얘기다. 다음 달에는 스승의 날이 들어 있다. 원래 스승 별로 안 좋아하지만 지금은 좋아한다. 나를 가르친 스승들은 다행히 전교조 교사가 아니었다. 4월 16일은 우리에게 슬픈 기억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4월 16일이 나쁜 기억이 될까봐 걱정이다. 에어포켓에 다이빙 벨에 희망고문 당한 것도 억울한데 이걸 악질적인 노림수로 계기 활용하는 단체까지 그날에 끼어 있으면 빨리 지나가거나 얼른 잊고 싶은 날로 그날을 기억할 것이다. 4월 16일은 그렇게 기억돼서는 절대 안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