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초점] 메르스가 일깨운 公共財의 가치 -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조선/ 150608]
'설탕물 福祉' 나눠주기 아닌 防災·구난·방역 등 공공재가 일자리·소득 창출의 기반돼
연금개혁·복지증세에 앞서 親서민으로 삶의 質 높이는 생활安全 보장에 중점 둬야
▲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
긴급 구난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국민이 살다가 겪게 될지도 모르는 실직, 재해, 질병 등 각종 위협과 걱정에 대해서도 안전망을 갖춘다면 그 혜택은 일부 국민에게만 가지만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이런 생활 안전이나 기반시설과 같은 공공재야말로 적은 비용으로 남녀노소·빈부귀천의 차별 없이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보편적 복지 상품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선진국 국민의 개인 소비 수준을 보면 우리보다 그다지 높지 않거나 오히려 우리보다 검소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것은 그들의 총소득 중 상당 부분이 이런 양질의 공공재를 구입하는 데 지출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그들의 개인 소비 수준에 비해 실질적 생활수준과 만족도는 우리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공공재는 나눠주기식 복지와는 구별돼야 한다.
학교 무상 급식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열악한 학교 시설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나눠주기식 복지의 문제를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개선된 학교 시설은 모든 학생이 공동으로 그 혜택을 누리는 공공재일 뿐 아니라 한 번의 지출로 수십 년간 학생들의 학습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낸다. 무상으로 학생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계속 반복돼야 하는 지출일 뿐 아니라 그야말로 먹고 마는 혜택이다. 나눠주는 복지는 설탕물이지만 공공재에 대한 투자는 일자리와 소득 창출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가 된다.
급식, 보육, 의료, 연금과 같이 개개인에게 사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복지제도는 그 혜택을 받는 사람에게는 권리가 된다. 즉 공공서비스의 사유화를 초래한다. 복지 혜택이 국민 개개인의 권리가 되면 이를 줄이는 것은 엄청난 사회적 고통과 저항을 초래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국가 재정 위기로 가게 된다. 복지 혜택을 사적 이익이 아니라 공동 소비가 가능한 공공재 형태로 공급하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제 침체나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복지 혜택의 변경이 불가피할 때 보다 유연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
나눠주기식 복지를 통한 일시적인 육체적 안락보다는 갑작스러운 재난, 질병, 실직과 절대 빈곤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오는 마음의 불안을 해소해주는 생활안전보장이 더 친서민적이고 비용 효과적이고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보편적 복지 정책이다. 아무리 연금이 많고 급식과 보육이 무상이라도, 길 가다 사고를 당하면 속수무책으로 죽어야 하고, 전염병 확산의 공포에 떨어야 한다면 그런 복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연금 개혁과 복지 증세를 논하기 전에 국민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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