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성대통령인가?
크리스틴 오크렌트 (Christine Ockrent) | 호미하우스 | 2011-07-04
21세기를 이끄는 정치에는 여성의 자리매김이 더욱 확고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 정치도 그
렇고, 한국의 정치도 그렇고 여성들의 적극적인 정치 활동은 대선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기도 한다. 양성평등이라는 말에 걸맞게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활동은 상당히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아직도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에서 여성의 위치는 과연 어느 정도인가? 여성 총리나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나라도 있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여성지도자들의 행보는 남성들의 정치 행보에 비하면 미흡하기만 하다.
<왜, 여성대통령인가>라는 화두를 내세워 저자 크리스틴 오크렌트는 대권을 향한 여성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크리스틴 오크렌트는 미국 CBS와 NBC 방송 기자를 지낸 경험으로 프랑스 국영 방송사의 저녁 뉴스를 단독으로 진행한 최초의 여성 앵커이다. 크리스틴 오크렌트는 세계적인 정치권 전문가이자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자 방송인이다. 그녀가 했던 인터뷰 역시 기록에 남을 만한 족적을 보여주었다. 1979년 아미르 호베이다 전 이상 수상이 처형되기 전에 극적인 인터뷰 한 것이나 걸프전 당시 유일하게 사담 후세인을 직접 인터뷰한 경력이 말해주듯,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보다는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그녀의 날카로운 분석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여성 국가원수들을 직접 만났다. 그리고 그들이 향하고 있는 정치와 권력의 세계, 대선의 세계를 놓고 그들의 경험과 야망, 상처와 자존심을 분석하고 있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정치판은 한국이나 세계나 복잡하고, 조잡하고, 때론 지저분한 느낌이 든다. 민주주의를 앞세우고 그 뒤에서 온갖 치졸함을 보여주는 남성들의 행태가 지긋지긋하다. 이 지저분한 정치판을 확 뒤집을 변수가 무엇일까? 획기적인 사건? 온 국민의 지지를 얻을 인물? 그 인물이 그 인물이고, 그 경력이 똑같은 그 경력을 내세우는 남성 지도자들과 전혀 다른 인물, 바로 여성대통령 나타난다면 과연 세계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대부분 정치인은 여성의 정치 참여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정치는 남성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 고리타분함을 버리지 못한 속성 때문이다.
사실 여성들이 사회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하는 일은 남성들보다 배로 많다. 하지만 질과 양으로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나은 일을 하고, 더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위치는 그리 탄탄하다고 할 수가 없다. 실업이나 고용 불안의 위기에 항상 먼저 희생을 당하는 것은 바로 여성이기 때문이다. 복지적인 면에서도 여성의 위치는 불리하다. 그런데 이런 불리함과 억울함에도 여성들은 꾸준히 대권 후보에 나서고 있다.
사실 민주주의적인 시선이나 양성평등에 대한 시각으로 볼 때 유럽에서 여성의 정치 진출은 상당히 개방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의외로 여성 지도자들이 정치계에서 표면으로 나타나기까지 그들이 한 노력은 생각보다 더 상당하고, 그들이 겪었던 시련 또한 만만한 것이 아니다.
남성들만의 영역이라고 무의식중에 울타리를 쳐놓은 그곳에 여성이 발을 디디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자부심을 느끼고 정치라는 울타리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은 모든 이들의 표적이 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사생활까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성과 품격과 여가 생활까지 모든 것은 표적이 된다.
그녀들은 전사가 될 수밖에 없다. 거칠고 포악한 전사가 아닌, 진정성과 진실을 무기로 한, 그리고 그들의 생각을 먼저 읽는 능력을 갖춘 전사가 된다.
<왜, 여성대통령인가>에서는 어떤 인물들을 만나는가.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유럽 최강대국 독일을 통치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군사 독재라는 환경에서 자라나고 장군의 딸로 성장하면서 아버지를 죽음으로 보낸 칠레에서 대통령으로 당당하게 우뚝 선 미첼 바첼레트, 대처주의, 대처리즘이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만들어 낼 만큼 남성보다 강력한 정치 파워를 구사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노동당 당수로 좌파 연합을 이끈 뉴질랜드 총리 헬렌 클라크, 이스라엘의 여성정치가로 유대 노동 총연합 여성노동위원 간사, 초대 소련 주재 공사, 노동장관, 외무장관 등을 거쳐 총리를 지낸 골다 메이어, 2007년 폭탄 테러로 사망한 파키스탄 독립운동의 지도자로 총리로 기억에 남는 베나지르 부토, 대통령의 딸로 방글라데시의 총리를 역임한 세이크 하시나 와제드, 남편의 죽음을 계기로 정치에 나서 방글라데시 군사 정권과 맞선 칼레다 지아를 <왜, 여성대통령인가>에서 만날 수 있다.
왜 대부분 대통령이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 이때에 여성대통령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을까? 여자들이 대권을 잡으면 과연 세상이 나아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을까? 독자들은 여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연관성, 모성, 부드러움, 그리고 강인함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모습이기에, 남편을 내조하는 부인의 모습이기에 여성이 대통령이 된다면 지금의 무지막지한 정치판을 좀 더 이성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하나의 기대심리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성들이라고 무조건 청렴하고, 모성을 대표하기 때문에 두루두루 감싸 안는 포용력이 더 넓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들 역시 엄마이자 여자이자, 정치의 앞에 선 사람들이기 전에 나를 생각하는, 때론 이익을 생각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왜, 여성대통령인가>는 정치에 대한 나의 무관심을 조금 완화해주는 계기를 준다. 내 나라 정치에 대한 불신과 그들이 보여주는 불협화음으로 실망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내 나라의 정치권도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판에 다른 나라의 정치, 다른 나라의 여성 대권 주자에 대해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알량한 한국의 자존심도 조금은 내세워보지만, 여성들이 왜 대권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안목을 키워주는 것은 사실이다. 역시 사람은 시야가 넓어야 한다. 보는 것도 많아야 하고, 아는 것도 많아야 한다.
여성지도자에 대한 나의 지식은 힐러리 클린턴, 미셀 오바마, 브뤼니 사르코지, 아웅산 수치 정도만 기억하곤 한다. 그들이 정치를 위해 움직였던 행보도 주목하지만, 그들이 불러일으키는 가십이 더 관심이 있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왜, 여성대통령인가>에서는 호기심으로 여성 지도자들을 바라보는 독자들의 시선을 좀 달리 깨우치는 시간을 전하고 있다. 여성 지도자의 등장으로 혼란 속에 빠지는 정치권과 그 속에 함께 맞대결하는 남성들과의 대결은 읽는 독자가 흥미진진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여성과 남성의 성性 대결 선거운동의 긴박함도 볼 수 있고, 그녀들을 조롱하는 남성들을 향해 강타를 날리는 시원함도 맛볼 수 있다.
사실 한번의 독서만으로는 그녀들의 정치적 견해, 그리고 세계가 그녀들에게 원하는 방향에 대해 깔끔한 정리를 할 수는 없다. 그만큼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많았고 몇 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그녀들을 제대로 알려고 하는 노력이 과연 얼마만큼 있었는지 되물어보고 싶다.
<왜, 여성대통령인가>는 세계 변화 속에 같은 흐름을 타고 있는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권하고 싶다. 지금의 한국보다 그래도 더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정권을 이어가는 여성지도자들을 이제는 우리가 제대로 보고 배우고 한국에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정치에 대한 견해를 나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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