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자본주의 4.0'에 딱 맞는 한국
윤영신 사회정책부장 (조선/ 111119)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싹트고 있는 '자본주의 4.0'은 다른 나라들보다 한국에 제격이다. 승자(勝者)는 더 성공할 수 있고, 패자(敗者)에겐 재기(再起)의 기회를 줘 '성장'과 '사회통합'을 함께 이루자는 것이 '자본주의 4.0'의 철학이고 작동원리다. 국가(정부)와 시장(市場)이 함께 주연이 되어 더 많은 개인이 행복할 수 있는 '안정된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4.0'의 핵심인 성장과 사회통합은 서로 충돌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성장은 치열하고 차가운 경쟁원리, 사회통합은 따뜻한 배려와 희생이 생명이다. 이처럼 모순된 성격의 두 수레바퀴가 튕겨져나가지 않고 부드럽게 굴러가게 하는 '자본주의 4.0'을 하려면 정부와 시장의 균형과 협력이 관건인데, 이를 해낼 수 있는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다.
탐욕과 잔혹한 경쟁이 지나쳐 글로벌 경제위기를 부른 미국은 시장의 힘이 너무 비대해져 있다. 미국 정부는 강력하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막강한 파워를 구축한 시장(자본)을 관리하기엔 버겁다. 둘 사이의 틈을 메워주는 기부문화로는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미국인들의 불만과 불안을 잠재우고 사회통합을 이뤄내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와 시장이 이미 괴물처럼 커져 경직된 상태에 놓인 미국이 신자유주의 이후 '자본주의 4.0' 시대까지 세계를 주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G2로 부상한 중국은 ㅊ恝� 지배세력의 힘이 거의 절대적이다. 중국에서는 시장이 생래적으로 갈망하는 경쟁과 자율, 인권의 목마름이 사회통합에 균열을 내면서 성장에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료주의가 화석화돼 있다. 거대한 관료집단과 나약한 국가 지배구조가 성장과 사회통합의 적(敵)이 된 지 오래다.
이런 나라들에 비하면 한국은 '자본주의 4.0'에 어울리는 많은 걸 갖췄다. 정부조직엔 관료주의가 남아있지만 아직 화석화 전(前)단계이고, 시장은 불공정이 있지만 정부의 관리를 무력화시킬 만큼 오만하지도 비대하지도 않다. 정부와 시장은 짧은 기간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함께 이뤄왔고 지금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견제와 협력의 시스템이 잘 가동되고 있는 편이다. 정부는 시장과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고 훼방꾼 노릇을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조력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
경제의 성장단계도 적절한 편이다. 3~4%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하고 있고, 출산·여성노동력·규제, 노조문제 등에서 돌파구를 찾으면 잠재성장률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IMF 외환위기, 카드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부실기업들이 정리되면서 시장은 정화(淨化)됐고, 우리의 주력 산업은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다. 복병인 북한 변수는 성장의 호재가 될 수도 있다.
사회통합은 이젠 시간의 문제다. 생산의 자동화, 산업구조의 변화로 강성노조가 줄고 있다. IT 능력과 지식에서 앞서고 외국어 능력과 열정을 갖춘 우리의 젊은이들은 "고향이 어디냐"를 따지기보다는 세계무대에서 일자리를 찾을 것이다. 기업인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지 않으면 스마트한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없다.
우린 이제 옳고 그른 국가지도자와 권력을 구별하는 학습도 충분히 했다. 남유럽의 실패를 목격한 정치지도자들의 복지정책 경쟁은 결국 성장과 사회통합의 '자본주의 4.0'으로 수렴되고, 똑똑한 유권자들은 이를 실천할 리더를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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