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유민주주의' 가르치면 교육 혼란 온다는 궤변 (조선/ 110922)
교육과학기술부가 2013년부터 사용될 중·고 역사 교과서 교육과정(서술 지침)을 발표하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이라고 돼 있던 항목을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이라고 바꾸자 역사교육과정 개발추진위원회 위원 20명 중 9명이 반발하며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퇴 위원들은 "자유민주주의란 단어는 시장과 경쟁, 남북 대립을 강조한 이들이 사용해온 학문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용어로서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쓰면 교육 현장에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4조는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라는 바탕 위에서 세워진 것이다.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의 발전과정을 가르치는 것은 지난 60년 대한민국을 지탱해온 정신적 가치를 불어넣는 당연한 일이다.
사퇴 위원들은 이 당연한 걸 가르치면 교육 현장에 큰 혼란이 온다고 했다. 그런 사람들이 대학과 중·고등학교에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대한민국의 역사를 가르쳐 온 게 이 나라 실정이다. 1948년에 제정된 북한 헌법 제1조는 '우리나라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고 다음 2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권은 인민에게 있다'고 했다. 2009년 개정된 헌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권은 로동자·농민·군인·근로 인텔리를 비롯한 근로 인민에게 있다'고 했다. 이 자칭 '인민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평등·보통선거가 실시된 적이 없고 오로지 노동당이 내놓은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만 계속돼 왔다. 주거 이전·통신·표현·집회의 자유는 생각할 수도 없다. 이런 가짜도 민주주의 행세를 하고 있다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체제를 자유민주주의라고 구분해 부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1970~80년대 교과서들은 대한민국 정치체제를 줄곧 '자유민주주의'란 개념으로 가르쳤으며 현행 중·고교 사회·역사 교과서도 49종 중 30종이 '자유민주주의'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발행된 종북·좌편향 근·현대사 교과서들에서부터 자유민주주의란 용어가 '민주주의'로 대체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란 용어를 쓰면 교육 현장에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란 주장은 거짓말이다. 1980년대부터 우리 국사학계 한 부분의 눈이 나빠지더니 2000년대 들어선 아예 눈이 멀어버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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