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일 칼럼] 중국이여, 王道로 가라
박세일 /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조선/ 2010.10.15)
중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 세계 질서를 존중하는 '평화대국'이 될까. 기존 질
서에 도전하는 '패권대국'이 될까. 이에 대한 논쟁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이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크게 발전하고 이익을 본 나라이기 때문에 결국은 기
존 세계 질서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간다고 보는 견해가 소위 '시장-평화론'
이다.
반면에 '역사-패권론'의 견해는 다르다. 중국 패권주의의 등장은 시간문제라
고 본다. 중국에는 긴 역사 속에서 이웃 나라들과 호혜평등의 수평적 국제관계
라는 개념은 존재한 적이 없었다. 이 세계를, 자신들을 상방(上邦)으로 숭상하
고 스스로 번속(蕃俗)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조공(租貢)을 못 바쳐서 안달하는
오랑캐들로 둘러싸인 세상으로 보았다. 그래서 스스로 세계 중심이라고 자부하는 뜻에서 중국 내지 중화(中華)라고 불렀다. 마오쩌둥이 티베트를 장악하면서 "우리는 침략하지 않는다. 그들이 우리에게 복속하는 것뿐이다"라고 했다. 중국은 과연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 아시아의 미래와 우리의 생존과 자존이 걸린 문제이다.
중국 정부나 학자들은 모두가 한목소리로 중국은 결코 패권주의로 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화평굴기(和平掘起: peaceful rising)하는 평화세력이라는 것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진정성을 보려면 말보다 행동을 보아야 한다. 중국은 이번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분쟁 과정에서 자국의 핵심적 가치를 건드렸다며 패권적 대국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였다. 그리고 천안함 사건에서 중국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이웃나라의 핵심적 가치를 무시하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진정한 평화세력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중국이 어느 길로 가느냐의 판단은 앞으로 중국이 대(對)북한 정책에서 어떤 결정을 하는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북의 시대착오적인 3대 세습정권을 지속적으로 지지하면, 그것은 분명 한반도 통일을 반대하며 동북아에서 패권의 길을 선택함을 의미한다. 북을 반(半)영구적 완충지역으로, 제2의 티베트로 만들면서, 동북아 전체를 중국 중심의 패권적·수직적·불평등 질서 속에 편입하려 함을 의미한다. 이런 패권의 길은 결국 동북아에서 '자유주의 시장경제블록'과 '비(非)자유주의 시장경제블록' 간의 신(新)냉전의 시대를 열어 격렬한 대립과 갈등을 본격화할 것이다. 한반도와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모두에 불행의 길이다.
그러나 중국이 북의 반(反)문명적 세습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남한과 힘을 합쳐 북한의 개혁개방 세력을 도와, 북의 비핵화와 개혁개방을 이루어 남북통일에 기여한다면, 중국은 우리 한민족의 '영원한 붕우(朋友)'가 되고, 세계에 존경받는 평화대국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북통일은 한반도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동북3성과 연해주를 넘어 동북아 전 지역의 경제 발전과 통합, 다자(多者)간 안보협력체제로 발전할 것이다. 그래서 번영과 평화의 '21세기 신동북아 시대'를 열게 될 것이다.
세계의 지도국가는 경제력·군사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인들을 감동시키는 가치적·정신적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원자바오 총리가 최근 CNN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인민의 열망과 욕구는 억누를 수 없다"고 하면서 중국이 정치 민주화에도 노력하고 있음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북의 3대 세습에 대하여 '인민의 자주적 선택'이라고 비호한다면 어떻게 세계인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가.
우리는 중국이 '평화대국'의 길을 가기를 희망한다. 한민족의 '영원한 붕우'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한반도는 물론 중국, 나아가 세계를 위한 길이다. 본래 중국은 덕치(德治)와 왕도(王道)를 주장한 공자라는 성인을 가진 나라이다. 오늘도 전 세계 80여개 국가에 300개가 넘는 '공자학원'을 세우고 있다. 오랫동안 패도(覇道)보다 왕도를 존중하여 온 나라이다. 공자께서 한반도를 군자국(君子國)이라고 칭송하였다. 진정한 평화대국은 군자국의 분단과 그 고통 위에서 자국의 소리(小利)를 도모해선 안 된다.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주권평등의 원칙'과 '민족자결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그래서 중국이 진정한 평화대국으로 가는 결단은 최선을 다해 한반도의 통일을 돕는 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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