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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본다는 것, 삶을 본다는 것 / 김태훈 기자 (조선/100524)

설지선 2010. 5. 24. 09:29

꽃을 본다는 것, 삶을 본다는 것

김태훈 기자 / 2010.05.24

윤후명 산문집 '나에게 꽃을 다오…'

소설가 윤후명(64)씨가 식물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식물에서 비롯된 삶의 철학을 노래한 산문집 '나에게 꽃을 다오 시간이 흘린 눈물을 다오'를 냈다. 7년 전 이미 '꽃'이란 산문집을 통해 꽃의 식물학적 특성과 꽃에 얽힌 고사(故事), 문학 속의 꽃 이야기 등을 풀어냈던 작가는 이번 산문집에서 식물 전반으로 관심의 외연을 확장했다.

 
경기도 양평에 마련한 그의 집필실 이름은 '화비원(花飛園)'이다. 문인이 작업하는 곳에 서(書)와 필(筆)은 온데간데없고 꽃만 날리는 것이다. 그곳에 오는 봄을 작가는 이렇게 맞는다. "봄은 너무나 순식간에 온다. 내게 봄은 확인이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꽃망울조차 찾을 수 없던 노루귀꽃이 하루아침에 피어 있는 걸 보며, '확인'은 '낯설게 보기'의 뜻을 새롭게 한다."(38쪽)

그는 식물 관찰을 통해 삶에 대한 인식을 날카롭게 벼린다. "식물과 함께함은 내게는 철학 선생을, 스승을 만나는 일과 같다. 인간으로 하여 실의에 빠질 때면 식물의 가르침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115쪽)고 말한다. 가령, '꽃을 본다는 것은 생명의 절정을 본다는 뜻'(139쪽)이다. '꽃을 보는 마음 뒤에는 죽음을 담보한 결연함'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작가의 꽃 상념은 세상을 떠난 천상병 시인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천상병 시인은 이승에서의 삶을 '소풍'이라고 노래했다. 꽃구경도 소풍의 일종이라면, 삶을 꽃구경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1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