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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아트앤스터디 메일 (091126)

설지선 2009. 11. 26. 17:20

한 해가 저물어가는 11월 말,
올 해를 돌아보면 참 많은 죽음이 있었다.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마이클 잭슨, 장자연, 장진영, 김다울 등의 인기 연예인, 용산참사로 돌아가신 여섯 분, 산악인 고미영, 수영선수 조오련 등등.

연말이면 으레 꼽아보는 ‘올해의 10대 뉴스’는 2009년 유난히도 많았던 죽음들이 장식할 것이다.
이름이 곧 시대였던 큰 별들이 많고, 여운이 긴 가슴 아픈 죽음들이 많아 1년 내내 상중이라는 말이 과장 같지만은 않다.


키케로는 “철학을 한다는 것은 곧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했고, 세네카는 “잘 죽는 법을 알지 못하는 자는 잘 살지도 못한다.”고 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다른 얼굴인 것이다.
우리가 시대를 앞서간 위인들의 삶 만큼이나 죽음의 과정을 궁금해 하는 것은 아마도 죽음의 순간 이야말로 그들의 삶을 농축된 밀도로 보여주는 것이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부탁이 있네. 나를,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주게.”
청년 전태일은 자신이 죽음으로써 살리고자 한 모든 이를 ‘또 다른 나’라고 칭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의 몸에 불을 당겼다.

페리안드로스는 자신이 죽을 자리를 비밀에 부치고 싶어 자기 자신에 대한 삼중 청부살인을 했고, 모딜리아니는 마약, 뒤 프레는 우울증, 니진스키는 정신분열증으로 생을 마감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영양실조로 수종증이 생기자 소똥으로 치료하려 하다가 소똥 속에서 질식사했고, 토마스 아퀴나스는 여행 도중 나뭇가지에 부딪치는 어이없는 사고로 사망하기도 했다.
 
 
영국의 탐험가 로렌스 오츠는 남극 원정 도중 동상에 걸린 자신의 발 때문에 일행의 속도가 느려져 탐험대 전체를 위험에 몰아넣을 것을 우려해 스스로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다. 눈보라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전 원정대장 스코트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잠시 밖으로 나갔다 오겠습니다.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