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 진짜 밤 [문화/ 2022-04-27] 그 옆 403동에도 또 옆의 405동에도 꼭대기에 어둠이 서 있다. 어둠 그리고 어둠이 서 있다. 꼭대기에서 어둠이 꼼짝 않고 있다. 왜 그렇게 멈춰 있는지 모른다. 고장 난 어둠 고장 난 채 서 있는 어둠 고장이 무엇인지 모르는 어둠 어디선가 미친 듯이 웃어대는 소리가 들리고 - 이수명 ‘4단지’(시집 ‘도시가스’) 퍽 오래전 일이다. 문학 행사 참여차 목포에 갔다. 행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참여자들의 기분 좋음은 뒤풀이로 이어졌다. 옆자리 선배가 술도 깰 겸 산책이나 다녀오자, 속삭인 건 흥이 한창 오를 때쯤이었다. 우리는 함께 뒤풀이 장소 주변 골목을 쏘다녔다. 방향도 목적도 없이 어두운 골목은 어두운 골목으로 이어지고, 어디서 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