흼 - 김준현 글자들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노화라고 생각한다. 눈살을 찌푸리고 안경을 코에 걸치는 것을 늙음이라고 생각한다. 콧등에 진 주름을 얼음에 간 금이라고 생각한다. 곧 깨질 거라고 생각한다.’ (김준현 시집 ‘자막과 입을 맞추는 영혼’) 차례가 온다 “좋은 일이 있어. 밥 사줄게.” 대뜸, 점심을 먹자는 선배에게 그 좋은 일이 무어냐고 채근을 해봐도 소용이 없다. 바쁘지만, 약속을 훗날로 미뤄보고도 싶지만 궁금함을 참지 못해서 선배가 기다리는 식당으로 간다. 나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묻는다. “좋은 일이 뭐예요. 궁금해 죽겠어.” “나는 배고파 죽겠다. 밥부터 먹자.” 숨넘어갈 것 같은 나를 두고 선배는 메뉴판을 본다. 그러다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안경을 꺼내어 쓴다. 낯설다. 내 생각을 읽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