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 이어령(1934∼2022) [동아/ 2022-03-26]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살던 집이 있을까 ― 이어령(1934∼2022)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살던 집이 있을까 네가 돌아와 차고 문을 열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네가 운전하며 달리던 가로수 길이 거기 있을까 네가 없어도 바다로 내려가던 하얀 언덕길이 거기 있을까 바람처럼 스쳐간 흑인 소년의 자전거 바큇살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을까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아침마다 작은 갯벌에 오던 바닷새들이 거기 있을까. 시집을 받고 나서 딸아이와 이 작품을 읽었다. “무슨 시 같아?”라고 물어봤더니 열다섯 살 아이는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이랑 헤어졌다는 것 같아.” 아이는 대답과 시집을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