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행복 - 허영자 (許英子·1938~) [조선/ 2021.12.06] /일러스트=김성규 행복 - 허영자 (許英子·1938~) 눈이랑 손이랑 깨끗이 씻고 자알 찾아보면 있을 거야 깜짝 놀랄 만큼 신바람나는 일이 어딘가 어딘가에 꼭 있을 거야 아이들이 보물 찾기 놀일 할 때 보물을 감춰두는 바위 틈새 같은 데에 나무 구멍 같은 데에 행복은 아기자기 숨겨져 있을 거야. 정말 어딘가에 그게 있을까? 왜 내 눈엔 안 보이는 거지? 깜짝 놀랄 만큼 신바람 나는 일이 지금도 있을까. 중년을 지나 깜짝 놀랄 일은 누가 다쳤다든가 누가 암에 걸렸다든가 하는 슬픈 일이었다. 놀랍지도 신바람 나지도 슬프지도 않은 하루를 보내고 허영자 선생님의 ‘행복’을 읽었다. 친구를 앞에 두고 말하는 듯 구어체의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