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한마음 의원 ― 손미(1982∼) [동아/ 2021-12-18] 한마음 의원 ― 손미(1982∼) 흰 달이 돌던 밤 의원에 누워 있는 너의 머리에 수건을 얹어 주었다 거기에 내가 들어 있지 않았다 밖에서 아이들이 공을 찼고 너는 머리통을 움켜쥐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방금 멸종된 종족을 보여 주었다 우리는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안 사랑하는데 여기 있어도 될까 머리와 머리가 부딪혀 깨지는데 흰 달이 도는데 네가 누워 있는 여기로 아무도 오지 않았다 수건을 다른 방향으로 접어 너의 머리에 얹어 주었다 병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슬펐다 분명 내 돈 주고 샀는데 받은 선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손미 시인의 시집이 딱 그랬다. 제목은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민음사, 2019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