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초록 풀물 - 공재동(1949∼ ) [동아/ 2022-08-13] 초록 풀물 - 공재동(1949∼ ) 풀밭에서 무심코 풀을 깔고 앉았다. 바지에 배인 초록 풀물 초록 풀물은 풀들의 피다. 빨아도 지지 않는 풀들의 아픔 오늘은 온종일 가슴이 아프다. 얼마 전만 해도 사람들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셨는지” 서로의 안부를 물었는데 지금은 좀 달라졌다. 코로나 대신 폭우에 “무탈하셨는지”를 묻는다. 서울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괜찮은지 전화가 오고 충남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괜찮은가 전화를 건다. 그만큼 곳곳이 난리다. 한창 폭우가 내리던 때 나는 건물에 고립된 딸을 찾으러 길을 나섰는데 물은 점점 깊어져 허리까지 차올랐다. 두 팔을 들고 걸어야 할 정도였다. 사방은 위험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