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의 바위 - 손택수(1970∼ ) 바위를 품에 안고 지붕을 오르는 사람이 있다 해풍에 보채는 슬레이트 지붕을 묵직히 눌러놓으려는 것이다 나도 여울을 건너는 아비의 등에 업혀 있던 바위였다 세상을 버리고 싶을 때마다 당신은 나를 업어보곤 하였단다 노을이 질 무렵이면 혼자서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때 나는 새였다 새를 쫓는 고양이였다 지붕을 징검돌 짚듯 뛰어 항구를 돌아다니던 날도 있었다 수평선 너머 물고기들도 들썩이는 지붕 날아가지 않게 바다 위에 꾹 눌러놓은 섬들, 언젠가 나는 그 섬들을 짚고 바다를 훌쩍 건너가고 싶었는데 지붕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내가 아직 내려오질 않는다 돌아오지 않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인생은 돌발 상황을 두려워하지만 시는 의외성을 사랑한다. 예상과 다르다고 해서 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