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 지금이 미래 [문화/ 2020-08-17] 이야기를 깨뜨리기 - 김리윤 세계는 거꾸로 익어가는 과일 같다 한입 베어 물면 과즙이 뚝뚝 흐르는 것으로부터 이가 들어가지 않는 단단함을 향해 우리는 미래에게 목덜미를 잡힌 것 같다 뒤로 걸으면서 앞을 보기를 멈출 수 없는 것 같다 한쪽 현실을 바라보는 사이 또 다른 현실이 흔들리며 흩어지네 - ( 김리윤 시집 ‘투명도 혼합 공간’) 지금이 미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다음 며칠 후 전주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초청으로 강연을 가게 되었다. 큰일이 있고 나면, 확실하다 믿고 있던 것들을 의심하게 된다. 견고해 보이던 도로가 움푹 꺼진다든지, 맨홀 뚜껑이 사라져버린 것을 목격하고 나면 평소 안전하다 여겼던 기차 안에서 불안을 느끼거나, 차창의 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