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사랑 노래 - 황동규(1938~ )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어제를 동여맨 편지’라니 참 멋진 표현이다. 길이 사라지면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기 마련이나, 뒤가 반복되며 서로를 부정하는 행이 시적 긴장감을 높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다. 공기놀이를 하도 해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였는데, 내가 갖고 놀던 돌은 다 어디로 갔을까. 7행까지 언어의 밀도가 높다가 8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