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오리 - 우대식(1965∼ ) [동아/ 2022-03-12] 오리 ― 우대식(1965∼ ) 오리만 더 걸으면 복사꽃 필 것 같은 좁다란 오솔길이 있고, 한 오리만 더 가면 술누룩 박꽃처럼 피던 향이 박힌 성황당나무 등걸이 보인다 그곳에서 다시 오리, 봄이 거기 서 있을 것이다 오리만 가면 반달처럼 다사로운 무덤이 하나 있고 햇살에 겨운 종다리도 두메 위에 앉았고 오리만 가면 오리만 더 가면 어머니, 찔레꽃처럼 하얗게 서 계실 것이다 우리가 ‘아름다울 미(美)’라고 부르는 개념을 고대 그리스인들은 ‘칼론(kalon)’이라고 불렀다. 칼론은 육체의 눈과 정신의 눈으로 감지되는 덕목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이 오래된 아름다움이 그리스인들에게 즐거움, 즉 쾌감을 선사했다고 설명한 바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