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했어요 - 김기택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 이렇게나 많은지 몰랐어요. 그렇다고 넘치기까지 할 건 뭐예요. 당신한테만 얘기했는데도 벌써 마룻바닥이 흥건해요. 깜빡했어요, 제가 그런 게 아니고 그 사람이, 정수기가, 물이, 아니 말이. 네네, 걱정 마세요, 지금 입에 주워 담고 있는 중이에요. (김기택 시집 ‘낫이라는 칼’) 숙취 지끈거리는 머리를 가누며 이를 닦고 머리를 감아도 씻지 않은 기분. 두통이나 울렁임이 술에서 비롯된 고통이라면, 어둑해진 마음은 어젯밤 쏟아놓은 말 때문이다. 애써 떠올려보려는 것은 어제 내가 했을지도 모르는 말실수에 대한 기억. 별일 없었던 것도 같고, 하나같이 찜찜하기도 하다. 돈 걱정 많은 친구에게 집값 얘긴 괜히 했다. 얼마 전 실연을 겪은 후배 앞에서 결혼식 다녀온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