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 [조선/ 2021.08.30] 일러스트=송수현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 나도 안다, 행복한 자만이 사랑받고 있음을.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잘생겼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나무를 못생겼다 욕한다 해협의 산뜻한 보트와 즐거운 돛단배들이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어부들의 찢어진 어망이 눈에 띌 뿐이다. 왜 나는 자꾸 40대의 소작인 처가 허리를 꼬부리고 걸어가는 것만 이야기하는가? 처녀들의 젖가슴은 예나 이제나 따스한데 나의 시에 운을 맞춘다면 그것은 내게 거의 오만처럼 생각된다. 꽃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