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 사람과 사는 일 - 이현승 [문화/ 2021-10-06] 사람과 사는 일 - 이현승 딱히 무엇과 싸우지도 않았는데 이미 패배한 자의 발걸음으로 귀가한다. 패배의 기원은 가늠할 수 없음에 있는가 아니면 거스를 수 없음에 있는가. (…) 오늘의 패배는 구태여 찬비를 맞지 않는 데 핵심이 있건만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어서 밤새 세월이 새끼손가락쯤 들어올려서 패대기를 쳤는지 잔뜩 두들겨 맞은 몸으로 잠깨는 아침. - 이현승, ‘자서전엔 있지만 일상에는 없는 인생’ (시집 ‘대답이고 부탁인 말’) 한 기업체로부터 단체 시집 구매 주문이 들어왔다. 직원들에게 선물할 거란다. 좀처럼 없는 일이다. 한 달 치 판매량에 버금가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포장도 배송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배부른 소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