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분홍강 - 이하석(1948~) [동아/ 2022-04-30] 분홍강 - 이하석(1948~) 내 쓸쓸한 날 분홍강 가에 나가 울었지요, 내 눈물 쪽으로 오는 눈물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사월, 푸른 풀 돋아나는 강 가에 고기떼 햇빛 속에 모일 때 나는 불렀지요, 사라진 모든 뒷모습들의 이름들을. 당신은 따뜻했지요. 한때 우리는 함께 이곳에 있었고 분홍강 가에 서나 앉으나 누워있을 때나 웃음은 웃음과 만나거나 눈물은 눈물끼리 모였었지요. 지금은 바람 불고 찬 서리 내리는데 분홍강 먼 곳을 떨어져 흐르고 내 창 가에서 떨며 회색으로 저물 때 우리들 모든 모닥불과 하나님들은 다 어디 갔나요? 천의 강물 소리 일깨워 분홍강 그 위에 겹쳐 흐르던. 강은 바다와 다르다. 같은 물이래도 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