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용서 - 정일근(1958∼ ) 누군가 용서하고 싶은 날 바다로 가자 누군가 용서하며 울고 싶은 날 바다로 가자 나는 바다에서 뭍으로 진화해 온 등 푸른 생선이었는지 몰라, 당신은 흰 살 고운 생선이었는지 몰라 바다는 언제나 우리의 눈물 받아 제 살에 푸르고 하얗게 섞어 주는 것이니 바다 앞에서 용서하지 못할 사람 없고 용서받지 못할 사랑은 없으니 바다가 모든 것 다 받아 주듯이 용서하자 마침내 용서하는 날은 바다가 혼자서 울 듯이 홀로 울자 태풍은 삶의 터전에 상처를 남겼고 명절은 누군가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겼다. 오랜만에 보는 일가 피붙이가 모두 반갑기만 할 수 없다. 누군가는 밉고 누군가는 불편하다. 그런 사람 전혀 없고 헤어질 때 아쉽기만 했다면 복 받은 것이다. 갈 때는 선물을 들고 갔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