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 - 김명리 냉담이라는 담이 있다 담의 위쪽 하늘가엔 미풍에 떠가는 염소구름들 카니발의 아침에 날아든 부고처럼 모든 대오에는 왜 장의행렬의 냄새가 나는지 자못 태평스러워 보이는 사람들의 휘몰아치는 마음의 그 물결 문양을 (김명리 시집‘바람 불고 고요한’) 무심함에 대하여 아버지 기일 당일엔 도무지 시간이 나질 않으니 산소엔 전날 가자고, 어머니와 동생들에게 문자를 보내면서 부끄러웠다. 실은 잊고 있었다. 중년이 가까워지는 나이에도 나는 날짜에 맞춰 기념하는 일에 서투르다. 아무리 잘 포장해도 무심함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며, 마음 씀이란 기질이기보다는 노력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나는 되레 뻔뻔하게 굴고 말았다. 내 속셈을 잘 알고 있을 가족들은 그러나 모른 척 동의를 해줬다. 그리하여 나는 올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