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 마음에 심은 씨앗 [문화/ 2022-06-15] 삽 - 이덕규 그대 마른 가슴을 힘껏 찍어, 엷은 실핏줄들이 뒤엉킨 따뜻한 속살 속에 한 톨의 씨앗을 묻고 다독거려주는 일 더러는. 그 속에 박힌, 울혈 덩어리 하나 캐내기 위해 그대와 함께 온몸이 저리도록 울어도 보는 일 - (이덕규 시집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마음에 심은 씨앗 정산 걱정으로 온밤 잠들지 못하다 새벽쯤에서야 겨우 눈을 붙였던 날 아침. 간신히 눈을 떠 시간을 확인하고, 더 잘 수 없다는 것을 새삼 확인해보는 아침. 그런 날엔 쓸데없이 날씨가 좋고. 명명백백한 볕 아래 나는 더 초라해지고. 버스를 눈앞에서 놓치는 바람에 폭발하기 직전이 돼버리는 그런 아침에. 나를 구해주는 것은 뜻밖의 것들이다. 만져질 듯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