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달우물 ― 조예린(1968∼) [동아/ 2022-02-26] 달우물 ― 조예린(1968∼) 폭풍이 씻어간 밤하늘이 검은 수정처럼 깨끗하다 바다는 모른다 모른다 하고 흩어진 폐허가 아직 잔설 같다 그 위로 샘물같이 솟아오르는 만월! 찢어진 날개를 물에 적신다 타는 물줄기를 따라 물을 들이킨다 달빛이 얼음보다 차다, 차다!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다. 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 없을 것이다.’ 시인 이상이 시 ‘거울’에서 한 말이다. 이상의 시가 대개 그렇듯 뭔가 알고 쓴 듯하다. 때로 시를 읽다 보면 이상의 거울 이야기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시는 참 조용한 세계다. 언어로 되어 있으니 소리가 나지 않는다. 청각적 심상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꿈속의 소리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