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단순하게 느리게 고요히 ― 장석주(1954∼) [동아/ 2022-04-16] 단순하게 느리게 고요히 ― 장석주(1954∼) 땅거미 내릴 무렵 광대한 저수지 건너편 외딴 함석 지붕 집 굴뚝에서 빠져나온 연기가 흩어진다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오, 저것이야! 아직 내가 살아 보지 못한 느림! 우리는 ‘깊은 심심함’을 잃어가고 있다. 심심하지 않은 것이 대체 어떻단 말인가. 백수를 조롱하는 말인가. 이렇게 반문한다면 나는 심심하기는커녕 점점 바빠지는 현대의 삶이 급기야 질병처럼 느껴진다고 대답하겠다. 현대인은 모두 바빠지는 병에 걸린 자이다. 오늘 바쁜데 내일은 더 바쁘다. 동시에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멀티태스킹의 인간이어야 하고 점점 더 많은 성과를 내야 한다. 이것을 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