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눈 내린 아침 - 한경옥(1956∼) [동아/ 2021-12-25] 눈 내린 아침 - 한경옥(1956∼) 설핏 치맛자락 스치는 소리 댓가지 풀썩거리는 소리 문풍지 흔들리는 소리 들은 듯한 밤 어머니 살그머니 다녀가셨나 보다. 장독대 위에 백설기 시루 놓여있는 걸 보니 착한 일을 하지 않으면 산타의 선물을 받지 못한다. “나는 선물을 받을까요?” 하루에도 열두 번 어린 아들이 물어올 때면 행복하며 씁쓸하다. 아들은 착한 일을 안 해도 선물을 받을 테니까 행복하다. 그리고 예전에 착한 어린이였던 모든 착한 어른들은 선물을 못 받을 테니까 씁쓸하다. 적어도 성탄절에는 조금만 더 따뜻하고 싶다. 그래서 선물을 준비했다. 성탄절에 기다리는 산타의 선물 부럽지 않은 시, ‘눈 내린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