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날개뼈 - 조온윤(1993∼) [동아/ 2022-08-06] 날개뼈 - 조온윤(1993∼) 네가 길바닥에 웅크려 앉아 네 몸보다 작은 것들을 돌볼 때 가만히 솟아오르는 비밀이 있지 태어나 한 번도 미끄러진 적 없는 생경한 언덕 위처럼 녹은 밀랍을 뚝뚝 흘리며 부러진 발로 걸어가는 그곳 인간의 등 뒤에 숨겨두고 데려가지 않은 새들의 무덤처럼 시를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시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가장 어렵다. 시는 무엇이고 시인은 누구인가. 천 명이 대답한다면 천 개의 답변이 생길 질문이고 한 사람이 천 번을 대답한다면 백 개의 답변이 생길 질문이다. 시는 감정의 토로일까, 난해한 운문일까. 지금 묻는다면 나는 시는 ‘비밀의 무덤’이라고 답변하겠다. 바로 이 시를 근거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