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보내는 택배 - 송경동(1967∼ ) 다시 태어나면 산동네 비탈 굴 껍데기처럼 다닥다닥 붙어 사는 이들에게 시원한 바람이나 눈송이를 배달해주는 씩씩한 택배기사가 되었으면 좋겠네 재벌과 플랫폼 업자들이 다 나눠 먹고 티끌 같은 건당 수수료밖에 안 떨어지는 이승의 목마른 비정규직 택배 일 말고 인생에 꼭 필요한 사랑의 원소들 이 추운 겨울날 저 따뜻한 햇볕처럼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지는 온정과 눈부심을 배달하는 무욕의 택배기사 옛날에 양복 입고 넥타이 매고 돈 잘 버는 직장에 가게 된 한 시인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의 성공을 부러워했다. 그래서 시인은 낮에 웃었다. 그런데 밤에는 시가 써지지 않는다고 울었다. 나는 그 밤을 훔쳐본 적이 있다. 그때 사회적인 활동과 시 창작은 서로를 밀어낸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