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길가메시 서사시 [조선/ 2021-12-27] 길가메시 서사시 네 배를 채워라, 즐겨라 낮에도 밤에도!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라 춤추고 놀아라 낮에도 밤에도! 물에 들어가 목욕하고, 네 머리를 씻고 깨끗한 옷을 입어라 네 손을 잡은 아이를 바라보고, 네 아내를 안고 또 안아 즐겁게 해줘라 인류의 오래된 이야기, 길가메시(Gilgamesh) 서사시의 한 장면이다. 영원한 생명을 찾아 헤매는 길가메시에게 선술집 주인 시두리는 말한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을 때, 인간에게 죽음을 주었다…그러니 배불리 먹고 즐겨라” 그 단순함에 나는 매료되었다. 먹고 씻고 사랑하라! ‘carpe diem’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허무를 바탕으로 한 현세주의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특징이다. 중년을 지나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