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 그땐 좋았지 - 심재휘 [문화/ 2022-01-19] 그땐 좋았지 - 심재희 끈이 서로 묶인 운동화 한 켤레가 전깃줄에 높이 걸려 있다 오래 바람에 흔들린 듯하다 어느 저녁에 울면서 맨발로 집으로 돌아간 키 작은 아이가 있었으리라 허공의 신발이야 어린 날의 추억이라고 치자 구두를 신어도 맨발 같던 저녁은 울음을 참으며 집으로 돌아가던 구부정한 저녁은 당신에게 왜 추억이 되지 않나 - 심재휘, ‘신발 모양 어둠’ (시집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오랜만’이란 명사의 참 의미는 좀 살아보아야 알 수 있는 것 같다. 새삼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오랜만’에 만나게 된 옛 친구 덕분이었다. 서점 카운터 너머로 불쑥 내민 생글생글 웃고 있는 얼굴을 보며 나는 낯설면서도 익숙함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