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가을밤 - 조용미(曺容美·1962∼) [조선/ 2021.11.14] 가을밤 - 조용미(曺容美·1962∼)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이 변했겠다 마늘에 緣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둘러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줄 마늘꿀절임 같은 당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안에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어앉는다 (원시와 다르게 행을 배열했다) 조용하게 휘젓는 시다. 자신을 위해,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 놓았다가 깜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