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힘의 동경 ― 오상순(1894∼1963) [동아/ 2020-09-12] 힘의 동경 ― 오상순(1894∼1963) 태양계에 축이 있어 한 번 붙들고 흔들면 폭풍에 사쿠라 꽃같이 별들이 우슈슈 떨어질 듯한 힘을 이 몸에 흠뻑 느껴보고 싶은 청신한 가을 아침― 이 시는 공초 오상순의 것이다. 공초 선생은 결혼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었고, 집도 없었다. 하물며 시인이라면 한두 권 있을 법한 시집도 없어 영면 이후에 친구들과 후배들이 시집을 마련했다. 유고 시집이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이었다. 공초(空超)라는 호도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세속에 초탈해 있는 시인의 삶을 상징한다. 불교계의 무소유가 법정 스님이라면, 문단계의 무소유는 공초 선생인 셈이다. 시가 수록된 지면은 192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