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흐린 저녁의 말들 - 임성용(1965∼) [동아/ 2021-08-14] 흐린 저녁의 말들 - 임성용(1965∼) 따뜻한 눈빛만 기억해야 하는데 경멸스런 눈빛만 오래도록 남았네 얼크러진 세월이 지나가고 근거 없는 절망 우울한 거짓말이 쌓이고 나는 그 말을 믿네 가난하고 고독한 건 그리 슬픈 일이 아니라네 진짜 슬픈 건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 용기도 헌신도 잃어버렸다는 것 잊힌 사람이 되었다는 것 무수하게 사라지는 저항의 말들 어디서나 기억에도 없는 낯선 얼굴들 당신의 존재를 견딜 수 없는 흐린 저녁이 오고 중력을 잃은 바람은 나를 데려가지 않네 울지 말라는 말은 울다 죽으라는 말 쓸쓸한 말들이 마른 풀로 우거졌네 나를 떠돌던 그림자가 얼음나무로 굳어지면 누구에거 살아온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