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유언(遺言) - 김명순(金明淳·1896∼1951) [조선/ 2021.02.15] 유언 (遺言) - 김명순(金明淳·1896∼1951) 조선아 내가 너를 영결(永訣)할 때 개천가에 고꾸라졌던지 들에 피 뽑았던지 죽은 시체에게라도 더 학대해다오. 그래도 부족하거든 이 다음에 나 같은 사람이 나더라도 할 수만 있는 대로 또 학대해보아라 그러면 서로 미워하는 우리는 영영 작별된다 이 사나운 곳아 사나운 곳아. 이보다 장렬한 유언이 있을까. 네가(조선이) 나를 영결하는 게 아니라 “내가 너를 영결할 때”이다. 그만큼 주체적이고 활달한 자아를 엿볼 수 있다. 죽은 시체에게도 학대해 달라니. 자학적인 표현에서 그녀에 대한 집단 가해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된다. 평양 갑부 소실의 딸로 태어난 김명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