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여름 달 ― 강신애(1961∼ ) [동아/ 2021-07-17] 여름 달― 강신애(1961∼ ) 카페에서 나오니 끓는 도시였다 긴 햇살 타오르던 능소화는 반쯤 목이 잘렸다 어디서 이글거리는 삼복염천을 넘을까 보름달 요제프 보이스의 레몬빛이다 내 안의 늘어진 필라멘트 일으켜 저 달에 소켓을 꽂으면 파르르 환한 피가 흐르겠지 배터리 교체할 일 없겠지 달님이 이르시기를 차갑게 저장된 빛줄기들을 두르고 붉은 땅 무풍의 슬픔을 견디어라 우주의 얼음 조각들이 예서 녹아 흐를 테니 멀리서는 남극의 얼음이 녹고 가깝게는 컵 속의 얼음이 녹는 계절이다. 그뿐일까. 집 안에 갇힌 우리도 흐물흐물 녹아 버릴 것 같다. 코로나에, 각종 제한에, 떨어지는 매출에, 갑갑함에 없던 열도 오른다. 속은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