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어머니, 나의 어머니 - 고정희 (1948∼1991) [조선/ 2021.05.10] 어머니, 나의 어머니 - 고정희 (1948∼1991) 내가 내 자신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때 나직히 불러본다 어머니 짓무른 외로움 돌아누우며 새벽에 불러본다 어머니 더운 피 서늘하게 거르시는 어머니 달빛보다 무심한 어머니 내가 내 자신을 다스릴 수 없을 때 북쪽 창문 열고 불러본다 어머니 동트는 아침마다 불러본다 어머니 아카시아 꽃잎 같은 어머니 이승의 마지막 깃발인 어머니 종말처럼 개벽처럼 손잡는 어머니 천지에 가득 달빛 흔들릴 때 황토 벌판 향해 불러본다 어머니 이 세계의 불행을 덮치시는 어머니 만고(萬古) 만건곤(滿乾坤) 강물인 어머니 오 하느님을 낳으신 어머니 달빛보다 무심한 어머니, 딸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