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아침 식탁 ― 이우걸(1946∼ ) [동아/ 2020-09-19] 아침 식탁 ― 이우걸(1946∼ ) 오늘도 불안은 우리들의 주식이다 눈치껏 숨기고 편안한 척 앉아보지만 잘 차린 식탁 앞에서 식구들은 말이 없다 싱긋 웃으며 아내가 농을 걸어도 때 놓친 유머란 식상한 조미료일 뿐 바빠요 눈으로 외치며 식구들은 종종거린다 다 가고 남은 식탁이 섬처럼 외롭다 냉장고에 밀어 넣은 먹다 남은 반찬들마저 후일담 한마디 못한 채 따로 따로 갇혀 있다 현대시조란 바로 이런 것이다. 무심코 읽어보면 자유롭게 써 내려간 작품 같지만, 유심히 읽다 보면 뭔가 느낌이 온다. 본래 느낌이란 바람 사이로 스미는 향기와 같은 것. 우리는 자유로운 글자들의 유영 가운데서 형식의 절제가 녹아 있음을 느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