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소금 달― 정현우(1986∼ ) [동아/ 2021-03-13] 소금 달 ― 정현우(1986∼ ) 잠든 엄마의 입안은 폭설을 삼킨 밤하늘, 사람이 그 작은 단지에 담길 수 있다니 엄마는 길게 한번 울었고, 나는 할머니의 마지막 김치를 꺼내지 못했다. 눈물을 소금으로 만들 수 있다면 가장 슬플 때의 맛을 알 수 있을 텐데 둥둥 뜬 반달 모양의 뭇국만 으깨 먹었다. 오늘은 간을 조절할 수 없는 일요일. 김치는 일종의 솔 푸드다. 이 집 김치와 저 집 김치는 맛이 다르고, 이 고장 김치와 저 고장 김치는 재료도 다르다. 김치라는 말은 하나지만, 각자의 영혼에 박혀 있는 김치의 맛과 형태, 색과 냄새는 제각기 다르다. 나에게는 나만의 인생이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저마다의 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