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어떤 시] 사랑 - 김수영(金洙暎 1921~1968) [조선/ 2021.04.19] 사랑 - 김수영(金洙暎 1921~1968)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않는 사랑을 배웠다 너로 해서 그러나 너의 얼굴은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다 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 번개처럼 번개처럼 금이 간 너의 얼굴은 김수영 시인의 대표작 ‘풀’ ‘푸른 하늘을’보다 나는 이 작은 소품에 더 끌린다. 전통적인 운율이 있어 소리 내 읽으면 흥이 나고 간결한 시어들이 피라미드 쌓듯 포개져 점점 감정이 고조되다 마지막에 번개처럼 갈라지며 독자의 가슴을 찢는 ‘금이 간 얼굴’. 어둠, 불빛 그리고 얼굴과 번개의 이미지만으로 만든 연애시. 김수영이 쓴 200여편의 시 중 제목에 사랑이 붙은 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