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빈 뜰 ― 이탄(1940∼2010) [동아/ 2021-04-17] 빈 뜰 ― 이탄(1940∼2010) 꽃도 이젠 떨어지니 뜰은 사뭇 빈뜰이겠지. 빈뜰에 내려앉는 꽃잎 바람에 날려가고 한뼘 심장이 허허해지면 우린 잘못을 지나 어떤 죄라도 벌하지 말까. 저 빈뜰에 한 그루 꽃이 없어도 여전한 햇빛 바우만이라는 철학자는 오늘날의 우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각자 자신의 보호막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이런 현대인의 특징은 공허함이다. 인터넷 세계는 넓어졌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확장되었지만 접속이 끊기는 순간 더할 나위 없이 공허하다. 공허하니까 접속하고, 접속할수록 다시 공허하다. 마실수록 갈증이 커지는 것이 바닷물 마시기와 비슷하다. 그런데 고독은 공허함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