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발열 ― 정지용(1902∼1950) [동아/ 2020-10-10] 발열 ― 정지용(1902∼1950) 처마 끝에 서린 연기 따라 포도순이 기어나가는 밤, 소리 없이, 가물음 땅에 쓰며든 더운 김이 등에 서리나니, 훈훈히, 아아, 이 애 몸이 또 달아오르노나. 가쁜 숨결을 드내쉬노니, 박나비처럼, 가녀린 머리, 주사 찍은 자리에, 입술을 붙이고 나는 중얼거리다, 나는 중얼거리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다신교도와도 같이. 아아, 이 애가 애자지게 보채노나! 불도 약도 달도 없는 밤, 아득한 하늘에는 별들이 참벌 날으듯하여라. 오늘은 한글로 쓰인 우리 문학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나는 국문학과를 나왔다. 나올 때는 정신 차리고 나왔는데 들어갈 때는 그렇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