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바람 부는 날 ― 민영(1934∼ ) [동아/ 2021-04-03] 바람 부는 날 ― 민영(1934∼ ) 나무에 물오르는 것 보며 꽃 핀다 꽃 핀다 하는 사이에 어느덧 꽃은 피고, 가지에 바람부는 것 보며 꽃 진다 꽃 진다 하는 사이에 어느덧 꽃은 졌네. 소용돌이치는 탁류의 세월이여! 이마 위에 흩어진 서리 묻은 머리카락 걷어올리며 걷어올리며 애태우는 이 새벽, 꽃피는 것 애달파라 꽃지는 것 애달파라. 봄이 오면 꽃이 핀다. 꽃이 피면 지게 된다. 맺히고, 피고, 지는 전 과정을 우리는 한 달 안쪽의 짧은 시간에 모조리 볼 수 있다. 꽃의 인생을 보면 아름답기만 한가. 그것은 유의미하고 유정한 일이기도 하다. 꽃의 일생을 통해 우리의 일생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의 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