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문자 ― 김경후(1971∼ ) [동아/ 2020-08-08] 문자 ― 김경후(1971∼ ) 다음 생애 있어도 없어도 지금 다 지워져도 나는 너의 문자 너의 모국어로 태어날 것이다 우리는 정지용이라는 시인의 이름을 곧잘 기억한다. 유명한 시 몇 편이 따라오는 유명한 시인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정지용이 유명한 걸까. 그건 바로 ‘정지용 시집’ 때문이다. 정지용 시집은 1935년에 나왔다. 이 시집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그야말로 하나의 사건이었다. 이양하는 이에 대해 가난한 우리말이 정지용의 손에 의해 아름다운 말이 되었다고 극찬했다. 정지용의 시집에서 “우리는 조선말의 무한한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정지용의 명성은 그의 모국어 능력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