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모르는 것 ― 임지은(1980∼) [동아/ 2021-07-10] 모르는 것 ― 임지은(1980∼) 이 작고 주름진 것을 뭐라 부를까? 가스 불에 올려놓은 국이 흘러넘쳐 엄마를 만들었다 나는 점점 희미해지는 것들의 목소리를 만져보려고 손끝이 예민해진다 잠든 밤의 얼굴을 눌러본다 볼은 상처 밑에 부드럽게 존재하고 문은 바깥을 향해 길어진다 엄마가 흐릿해지고 있다 자꾸만 사라지는 것들에게 이름표를 붙인다 미움은 살살 문지르는 것 칫솔은 관계가 다 벌어지는 것 일요일은 가능한 헐렁해지는 것 비에 젖은 현관을 닦은 수건은 나와 가깝고 불 꺼진 방의 전등은 엄마와 가깝다 방바닥에 오래된 얼굴을 닦는다 엄마 비슷한 것이 지워진다 나는 리모컨을 시금치 옆에서 발견한다 쓰다 만 로숀들이 서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