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담에 빗자루 기대며 ― 신현정(1948∼2009) [동아/ [2021-01-02] 담에 빗자루 기대며 ― 신현정(1948∼2009) 이 빗자루 손에 잡아보는 거 얼마만이냐 여기 땅집으로 이사와 마당을 쓸고 또 쓸고 한다 얼마만이냐 땅에 숨은 분홍 쓸어보는 거 얼마만이냐 마당에 물 한 대야 확 뿌려보는 거 얼마만이냐 땅 놀래켜보는 거 얼마만이냐 어제 쓸은 마당, 오늘 또 쓸고 한다 새벽같이 나와 쓸 거 없는데 쓸고 또 쓸고 한다 마당 쓸고 나서 빗자루를 담에 비스듬하게 기대어 놓는다 빗자루야 그래라 네가 오늘부터 우리집 도깨비하여라. 묵은해가 가는 줄도 모르고 지나갔다. 새해가 오는 줄도 모르고 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끼리 정해 놓은 약속일 뿐이라고 해도, 약속의 의미가 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