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남산 가는 길― 민병도(1953∼) [동아/ 2020-09-26] 남산 가는 길 ― 민병도(1953∼) 구름을 타고 가네, 걸어서는 가지 못하네 넘어져 본 사람만이 저 산에서 짐작하리라 산새도 슬픔이 있어 돌아앉아 운다는 것을 바람은 제 입 속으로 마른 댓잎을 던져 넣고 연꽃을 든 문수보살 돌 밖으로 나투시면 첫눈이 절 가는 길을 허리춤에 숨기네 누가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세월이라 했나 살점이 뜯겨지고 코마저 깨어져나간 마애불, 발아래 서면 새털만 한 삶의 무게여 살아 이미 삶을 건너고 죽음에서도 돌아와 꿈은 다시 땀 흘리며 먼 시간을 실어오지만 언제나 사람의 길은 마음에서 시작되네 "코로나가 끝나면 뭐가 제일 하고 싶으세요?” 웹서핑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종종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