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꽃아, 가자 - 김점용(1965~) [조선/ 2020.12.14] 꽃아, 가자 - 김점용(1965~) 꽃아, 가자 네 온 곳으로 검은 부르카를 쓰고 아무도 몰래 왔듯 그렇게 가자 검은 우물 속이었을까? 밤새 울던 풍경 먼 종소리 그 아래였나 푸른 별을 타고 색 묻지 않은 별빛을 타고 돌면서 삼천대계를 돌면서 꽃아, 가자 혼자 싸우듯 아무도 부르지 말고 아무도 몰래 네 온 자리 색 입지 않은 곳 볕 뜨지 않은 곳 가자, 꽃아 대설(大雪)도 지나서 이제 동지로 향하는 한겨울입니다. 정원에는 그 어떤 꽃도 잎도 없습니다. 흥성하던 색과 향도 흔적이 없어서, 여기에 무슨 일이 있었던지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듯이 그저 맑고 고요합니다. 찾아와 놀던 벌·나비는 또 무엇..